요즈음 모든 것의 주권자가 바로 하나님이시고, 그 하나님이 바로 사랑이시기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오직 주님뿐임을 차근차근 깨달아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생각나는 것이 과연 과거의 나는 어떠했는가 하는 사실...
지지난 주일 (8/21/2011) 승혁이가 세례를 받았다.
내가 직접 세례를 받을때보다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었던 것은 과연 나의 아들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난 3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조금은 내가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갔음으로 인한 것일까?
아마도 둘 다이지 않을까 싶다. 할렐루야!
내가 세례를 받을때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세례식 후 축하를 받을때 함께 불러주셨던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너무나도 흔하게 불리우는 노래이기에 그게 뭐 특별한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노래가 특별한 것은 또다시 3년 정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의 경험과 오버랩되어 설명된다.
2004년 박사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나오고 정신없이 수업을 듣고 있을 당시 Caltech에는 매주 진행되는 bible study가 있었다. 밥먹을 시간도 부족해서 책을 보며 밥 한끼를 후다닥 해결해야 했던 시절이기에, 더구나 그 당시의 나에게는 하나님이나 기독교는 전혀 상관없는 토픽이었고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시절이기에 나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모임이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그 모임에서 밥만 먹고 가도 된다고, 그냥 와서 밥만 먹고 가라는 말은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었고, 급기야 금요일 저녁을 해결하고자 하는 속셈으로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바로 그 첫 모임에서 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상당히 낯뜨겁게 만나게 된다. 저녁을 먹고, 소위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빨리 가서 숙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떠나려는 나를 불러세워놓고 bible study 모임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양팔을 내게 뻗고 그 노래를 내게 불러 주었던 것. 지금 생각하면 축복이자 은혜이겠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시간이었다. 모두들 앉아있는 상황에서 나만 홀로 문 앞에 우뚝 서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두 팔을 내 뻗고 불러주는 그 노래가 끝나기까지의 시간이 나에게는 얼마나 길게 느껴졌었는지...그 사건(?) 이후 bible study 모임은 더이상 내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하고 교회를 본격적으로 나가기까지 내 머릿속에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 노래를 내가 모든 사람들 앞에서 크리스찬으로서 살기로 공언하는 자리인 세례식에서 다시 듣게 되는 것. 하지만 그 때의 그 노래는 더이상 나를 뻘쭘하게 하는 노래가 아닌, 축복의 노래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어찌보면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이 개인적인 사건이 은혜를 받는 것, 축복을 받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일까?
가만히 돌이켜 보면, 내가 처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주었을 때의 나의 삶은 온전히 내가 주인인 삶이었다. 문제들이 있으면 내가 노력해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었고, 내 인생의 계획을 세울때에도 온전히 내가 가진 능력과 내가 가진 리소스들을 기반으로 세우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딱히 생각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누군가에게 축복을 받고, 누군가에게 은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부자연 스러웠던 것. 하지만 이것을 조금더 깊이 들여다보면 바로 나 자신의 교만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던 것이 보인다. "저 사람들이 대체 뭐길래 나에게 은혜를 베풀고 축복을 해준단 말인가?!!" 직접 내뱉진 않았지만, 아니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분명 내 잠재의식 속에는 이런 생각이 열심히 반응하고 있었을 것이다. 죄인으로 이땅에 태어나 그나마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은혜와 은사로 큰 문제 없이 공부하고,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걸 모르고 단지 내가 열심히 했기에 당연히 내가 얻은 상황이라는 생각, 혹시 무엇이라도 계획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운이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생각으로 내 삶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이런 교만이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은혜와 축복을 받고 누리는데 치명적인 장애가 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의 인생의 주권을 주님께 내어드리는 것이 크리스찬으로서의 삶일진데 아직도 내가 열심히 해서 무언가 이루려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보게 된다. 내가 내 인생의 앞에 서있는 이상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그 어떤 은혜도, 축복도 진실되게 누릴수 없음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도 문득 문득 나의 내면에 교만이라는 영적인 담이 높아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주여 기름부어 주시옵소서! 아버지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는 늘 구한다. 하지만 구함과 동시에 우리는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두 팔을 뻗고 축복의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들 앞에서 어색함과 당혹스러움으로 서 있었던 나의 모습처럼, 우리도 어쩌면 하나님 앞에서 그런 모습으로 서있는 것은 아닌지.
축복과 은혜를 구하면서도 여전히 나의 경험과, 이성과, 생각으로 무장한 채 우리 안의 교만의 담을 낮추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주님앞에 나아가기 전에 우리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할 것이다.
"은혜받을 준비, 축복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나 자신의 자아를 버리고 온전히 주님께 맡길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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