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6일 목요일

논문상 이야기: 첫번째

모전자에서 주최하는 논문대상이 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매년 12월, 아직 출판되지 않는 논문에 한해 지원할 수 있고 1차 서류심사를 거쳐 2차 구두발표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가려내는 일종의 paper competition이다. 매년 1000편 내외의 지원 논문 가운데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까지 대략 100편 가량이 선정되어 상을 받게 된다.

유학을 나오기 전부터 이 상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연구 성과가 있고 시간이 맞으면 지원해보리라 마음먹고 실제로 2007년과 2009년 지원도 해 보았었다. 하지만 1차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던터라 이 상과는 인연이 없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졸업을 앞둔 2010년 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지원해보기로 했었다. 마침 논문은 작성했지만 출판되지 못한 (교수님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관계로 내부 reject!!) 논문들도 있었고, 박사 졸업의 핵심 내용이 될 연구 결과로 작성한, 이제 막 투고하려고 하던 논문도 있었던 터라 3편을 모두 보냈다. 처음 single cell을 주제로 연구했던 내용을 담은 논문 (논문1)과 이제 막 투고하려고 하는, 내심 제일 자신있게 내세울만한 논문 (논문2)을 먼저 보냈고, Side project로 별 부담없이 진행했었던 연구 내용으로, 데이타상으로 미흡하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여서 써보았던, 하지만 교수님이 실험을 좀 더 해야할것 같다고 하여 미루고 있던 논문 (논문3)도 보낼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다음날 그냥 보내버렸다. 마침 와이프도 나는 하나님께 무언가 구하는데 있어서 믿음으로 강하게 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는 말도 들었던터라 처음으로 강력하게 기도하며 구했다...ㅋㅋㅋ
"하나님 아버지!! 상 주세요!! 대상, 금상, 은상 다 주세요!!"

'정말 이게 맞는건가? '하면서도 열심히 조르면서 기도한 다음날. 한 집사님으로부터 기도를 받는데 조용히 물으셨다.
"형제님, 요즘 하나님께 뭐 구하는게 있나봐요. 하나님이 형제님한테 한 번 물어보라고 하시네. '지금 네가 구하는 그것이 나의 영광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너의 영광을 위한 것이냐?' 라고..."
순간 하나님께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부르짖으며 구했던 나의 마음 상태를 내가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그리고 바로 다음날 그런 나의 마음을 집어내시는 하나님의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기에 그 질문을 통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생각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전해졌다.
"아버지 회개합니다. 온전히 저만의 영광을 위한 것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이건 아닌가보다하는 생각으로 회개하고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몇 주 후 연락이 왔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했으니 발표를 하러 한국에 오라는 것이었는데, 가장 자신 있었던 '논문 2'도, 그래도 기대했던 '논문 1'도 아닌, '논문 3'이 버젓이 통과해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다음주에 발표를 하러 가려면 당장 비행기표도 구해야 하고, 졸업 준비로 정신 없이 바쁜데 과연 그다지 데이타가 많지도 않고, 간단한 아이디어가 주축을 이루는 논문을 발표하러 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바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 앞에서의 부끄러운 나의 의도가 생각나 더욱 주저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그래도 좋은 경험이니 다녀오는 것이 좋을것 같다고 말씀을 해 주셨다. 그 의도는 지금부터 바꾸면 되는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결국 다녀오기로 결정하고, 미국 출발해서 한국에 저녁에 도착하고, 하루 자고 다음날 논문 발표 후 바로 미국행이라는, 한국에서의 체류 시간이 하루도 채 안되는 23시간이라는 말도 안되는 스케줄로 발표를 하고 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일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와 하나님을 조금 더 경험하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로 다녀왔는데 무리한 일정을 위한 하나님의 배려였는지 한국에 가는 비행기가 텅텅 비어서 3자리를 혼자 독차지하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기도하면서 준비하니, 평소와는 달리 (원래 앞에서 발표하면 많이 긴장하는 편...) 편안한 마음으로 발표할 수 있었고, 10분 발표, 15분 질문이라는 일정보다 훨씬 긴, 총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술술 대답하면서 오히려 즐기는 마음으로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내 욕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도하면서 하면, 이렇게 긴장도 안하고 담대하게 할 수 있구나!!"
지금껏 발표했던 그 어떤 때 보다도 편안하게 발표했고, 어찌보면 허점 투성이인 데이타일 수도 있는데 장점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었고, 심사위원들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에 돌아온 후, 졸업을 향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최종적으로 은상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은상??!!"

나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가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 그 바로 전년도 우리 랩에서 Nature에 논문을 내면서 주목을 받았던 선배 형이, 그 논문으로 받았던 상이 바로 은상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상을 받았다는 그 사실보다 더 큰 기쁨이 있었다면 하나님께서 인도하심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기쁨이었다. 마치 개인 과외라도 받은 것 처럼, 이 논문상을 지원하고, 상을 받는 과정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고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나의 계획과는 다른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면서 나의 신앙에 있어서도 큰 breakthrough가 일어난 계기가 되었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요 15:7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 7:33

주님은 무엇이든지 원하는대로 구하라고 하신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구하면 주실 것이라는 걸 강조한다. 하지만 주님은 또한 강조하신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게 된 후에 구하라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똑같은 기도라고 할 지라도, 똑같은 것을 구하고 있을지라도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그리고 그렇게 구하는 나의 영적 상태가 어떠한지에 따라서 그 기도는 응답이 되는 것은 물론 나의 신앙의 breakthrough를 이루는 기도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실망과 답답함과 원망만 안겨주는 기도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 떳떳하게 구할 수 있도록 우리의 기도와 우리의 내면을 늘 점검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지금 나의 기도는 어떠한가?
나의 영광을 위한 기도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영광을 위한 기도인가?

댓글 2개:

  1. 독자에게까지 은혜가 되는 경험이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많은 과학자들이 짧은 지식으로 믿음과 신앙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멸시하는 모습이 점점 늘어가는데... 이 블로그주인장 같이 하나님앞에 엎드리는 분을 뵈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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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혜가 되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주변의 많은 과학자 친구들과 나누고 있는데 제가 느낀 하나님의 전적인 인도하심을 온전히 전하기가 쉽지 않아서 안타까울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인도하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저의 상황과 내면을 만지시는 주님의 은혜에 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상과 관련된 은혜로운 경험의 후속타가 있었습니다. 조만간 그 이야기도 올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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