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일 월요일

나는 나의 틀 안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고 나서도 같은 실험실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여기서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이곳을 떠나면서 바로 지원을 해서 직장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또다시 포닥 생활을 할 것인지 등등...그럴때면 늘 대답하게 되는 것이 이곳에서 포닥을 단기간만 하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나의 객관적인 스펙이 좋아지면 바로 지원해서 아카데미아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는 내용이다. 그런 대답을 하면서 나의 생각속에 치고 들어오는 생각은 나의 박사과정 동안의 일은 소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포닥기간 동안 좋은 결과로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써야 어딘가에서 교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 나는 박사 과정 동안 좋은 논문을 못 썼기 때문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아니 거의 실패에 가깝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은 다분히 세상적이고, 이성에 기반을 둔, 나의 한계 속에서 아직도 내가 살고 있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고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지금은 아직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노력해서 더 나은 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물론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또한 자기를 개발하고, 또한 계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다음 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또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면 그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크리스찬들이 주님께 비전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세상적인 기준과 자신의 생각으로 지금의 내가 그 비전을 이룰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려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런 태도에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하나님이 전지전능하신 분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그리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비전이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계획하시고 준비하신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하나님께 당당히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 선교동원가로 섬기고 계신 오석환 목사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 도전이 되고, 기억에 남는 말씀 중의 하나가 "Father, if it is your will, then it is your bill!" 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주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에게는 그런 당당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크리스찬이라고 말하면서, 나의 삶의 중심은 하나님이라고,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삶은 여전히 우리가 정의내린 한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전히 우리의 사고가 세상적인 틀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사람을 소개할때 어떤 식으로 소개하는가?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손기철 장로님을 다른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나 자신도 손 장로님을 온누리 교회 장로님이시고, 교수님이지만 치유 사역을 하시는 분이라고 소개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쓰니 마치 내가 손 장로님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 같이 보이는군. 개인적으로는 전혀 모른다...ㅋㅋ). 하지만 하나님이 손기철 장로님을 바라볼 때 우리가 그 분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틀 속에서 바라보실까? 내 개인적인 짧은 소견으로는 하나님이 우리를 바라보실 때에는 성령의 열매가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갈 5:22-23

그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지...그는 온유하고 절제가 있는 사람이지...그는 기쁨이 넘치고 나눌줄 아는 사람이지...등등. 물론 더 많은 덕목들이 있겠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우리가 정의를 내리는 틀과 하나님께서 정의를 내리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고, 또한 그렇기에 많은 경우 우리가 하나님을 우리의 사고와 이성의 틀 속에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시면 가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서라고 하시면 서는 삶이 크리스찬의 삶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는데 '아버지, 잠시만요.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어요. 그 길을 가려면 A도 준비해야 하고, B도 준비해야 하고, C도 적어도 이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삶은 하나님의 기준에서는 얼마나 답답한 삶일까? '주님! 주님이 가라고 하시기에 갑니다! 제가 부족한 것은 주님이 아시니 채워주시고 예비해 주세요!'라는 삶이 진정 주님께서 기대하시는 삶일 것이다.

나의 사고의 틀이, 정의를 내리는 기준이 바뀌길 바란다.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주인 되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바라보고 사는 삶. 나의 객관적인 사실로서 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열매로써 내가 드러나는 삶이 되길 원한다. 무슨 학교를 나오고 박사를 받았고 안 받았고가 아니라 겸손한 사람, 사랑이 넘치는 사람, 온유한 사람, 하늘의 지혜를 전하는 사람, 나눌줄 아는 사람, 오로지 하나님께만 충성하는 사람 등등...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으로 정의가 되는 내가 되기를 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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