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상황이 잊을만하면 한번씩 찾아와서 힘들게 하는걸 보면 분명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 개입하고 싶어하시는 무언가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생각해보는데 어처구니가 없게도 떠오르는게 껌딱지였다. 그것도 쫄깃하고 찐득한 껌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과일향 폴폴 나는 그런 껌이 아니라 바닥이 착 붙어서 밟히고 밟혀 시커멓게 먼지로 덮혀버린 그런 껌딱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과연 반복되는 문제들과 껌딱지에 무슨 관계가 있을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보도블럭 한 복판에 붙어있는 껌은 그저 밟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밟히고 밟히고 또 밟히는...
아마도 처음에는 누군가의 발에 밟혀 그 신발 밑창에 붙어 딸려갈 뻔 하기도 했을 것이고 거뭇거뭇 묻어나는 먼지들 사이로 불그스름한 속살을 드러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밟는다.
밟히고 밟히고 또 밟히는 사이 껌은 더 넓게 퍼져 바닥에 더 강하게 붙게되고 더 많은 먼지가 묻어 사람들의 신발 밑창에 딸려 갈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지겠지.
어쩌면 이것이 반복되는 문제에 있어서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경우 우리는 세상을 향해 소리없는 외침으로 부르짖으며 살고 있다.
나는 힘들다고.
나는 아프다고.
나는 외롭다고.
나 좀 이해해 달라고.
나는 잘 났다고.
나는 똑똑하다고.
나 좀 알아달라고.
나 좀 인정해 달라고.
말로 내뱉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그런것들을 구하며 세상으로 나아갈 때가 많다.
내 안의 자아가 살아서 펄펄 뛰어 놀아 그럴수도 있고,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내면에서 키워온 상처를 통한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우리는 세상을 향해 우리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많은 경우 우리에게 잠잠하라 하신다.
그저 붙어있으라 하신다.
밟히고 밟히고 또 밟혀 더이상 납작해질 수 없을 것만큼 납작해진 껌딱지 처럼...
겉은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흔적으로 이제는 아무런 끈기도 남아있지 않지만 땅바닥에 붙어있는 아랫부분은 여전히 끈적한 불그스름한 속살을 간직하고 있고, 밟힌만큼 더 강하게 바닥에 붙어있게 되는 그런 껌딱지처럼...
개인적으로 우리가 겪게 되는 관계의 문제를 나는 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 사람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나 상황을 통해서 나에게 주어지는 고난에 있어 나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나에게 어려움을 주는 사람들을 모두 다 내 구미에 맞게 바꿀수도 없고, 상황을 갑자기 나에게 호전적으로 바꾸는 것도 나의 힘으로는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 바뀌는 것이다. 내 힘을 키워 그들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는 것을 꿈꾸기 보다는 그저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외부로부터 나의 내면으로 돌격해 오는 그 모든 공격으로부터 무덤덤해지는 것.
밟히고 밟혀서 더이상 사람들의 밟힘에 반응하지 않는 껌딱지처럼 우리는 예전에 그렇게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했던 문제들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
그저 바닥에 붙어있기만 하면...
물론 신발에 딸려나가지 않도록 기도해야겠지. 내가 바뀌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임을 깨달으며 제발 나 좀 바꿔달라고 간구하면서...
그저 주님만을 의지하고 기도하며 그 분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볼 수록 우리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세상을 향한 끈기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일이 있다면...
더구나 그 힘든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아마도 그 때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아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들, 그 상황들을 향해 나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의 문제들을 돌아보면서 그 문제들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고 간구하다보면
이전에는 그렇게 크게 느껴졌던 문제들이 차츰 별 것 아닌 문제들이 되어나갈 것이고
어쩌면 껌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같은 고난이 어느 순간 더 기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하나님을 더 가깝게 만들어 줄 것이기에, 내가 하나님께 더 강하게 붙어있을 수 있게 해 줄 것이기에....
더구나 주님은 내가 세상을 향해 먼지만을 드러내고 주님을 향해 끈기를 보일때 우리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약속하신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절로 과실을 맺을 수 없음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요 15: 4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너희가 과실을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가 내 제자가 되리라
요 15:7-8
지금 내가 껌딱지와 같이 여겨진다면 지금이 감사할 때일 것이다.
반복되는 문제는 나의 내면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일테니...
그리고 그저 주님께만 붙어있으면 그 모든 문제가 더이상 문제가 아닌 축복이 되고 우리가 맺어나갈 과실의 씨앗이 될 터이니...
오늘부터는 길바닥의 껌딱지를 보면 기분 좋게 웃으며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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