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치유의 길 II

그 분이, 아니 그 녀석이 다시 왔다...-.-;;
지난주부터 콕콕 다시 쑤시며 찾아온 편두통. 이번에는 오른쪽과 왼쪽을 함께 찌르는 통에 더 신경이 쓰이고 힘들었던 듯.
큰매형과 큰누나가 보내준 약도 잘 듣지를 않고...

지난번 예배드리며 찬양할 때 깨끗이 나았기에 (http://youngshikshin.blogspot.com/2011/10/blog-post_12.html) 이번에도 그렇게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어제 주일 예배도 참석했건만, 예배후에도 그다지 달라진 건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조금 더 심해진듯한 느낌까지 있었기에 실망이 조금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 강도가 더 심해져서 급기야는 와이프와 승혁이에게 짜증까지 내고 말았다. 이게 머리를 계속 찌르다보니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물론 나의 인격이 아직 그정도를 참아낼만큼이 안되는게 더 큰 이유겠지...빨리 성령의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서 이런 일도 웃으며 넘길 수 있어야 할 터인데...ㅋㅋ

계속 아프다 보니 급기야 이게 정말 바울이 얘기한 육체의 가시같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거 평생 이렇게 아픈걸 달고 살아야 하는거 아니야?'하는 걱정과 함께. 정말이지 두려움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귀신이 귀신같이 나의 가장 나약한 곳을 보고 두려움의 씨앗을 심어주고 있는걸 번번히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아무튼 점점 더 심해지는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서 아침에 학교로 향하기 전 차 안에서 잠시 기도를 했다. 기도라기보다는 그저 더이상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주님...아무리 대적하고, 결박하는 기도를 해도...주님의 능력을 믿고 제가 선포해도 계속 아프네요. 이게 정말 주님께서 말씀하신 '센 놈', '이런 유'인가 봐요 (막 9:29). 저는 이제 능력이 없으니 주님께서 직접 만져주세요.'

이렇게 고백하며 그냥 눈감고 앉아있는데, 15분쯤 지났을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통증이 사라져 있었다. 오늘은 약을 먹은 것도 아니기에 약기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저 주님이 고쳐주셨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데 나의 반응은 '할렐루야!!'라기 보다는 '이게 뭐지?'라는 것이었다. 무언가 큰 떨림이나 강력한 성령의 임하심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눈만 감고 잠잠히 기다리고 있었는데...굉장히 피곤하다는 생각만 잠시 했었는데...혹시 잠들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눈을 떴을때 통증이 사라지다보니 왠지 조금 밋밋한 느낌이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하면서 통증이라는 나의 문제에 이끌려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갖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어쩌면 기도라는 도구로 나의 능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결국은 하나님께서 해주시는 것이라는, 궁극적으로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그 사실을 또 잠시 잊고 있었나보다. 실제로 많은 치유 사역자들이 기도를 통해 사람들을 치유하지만 결국 그 치유의 역사는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일이다. 믿음으로 선포하고 기도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 또한 중요한 치유의 과정, 아니 기도 응답의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잠잠히 기다리는 것.

우리는 얼마나 이 중요한 스텝을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인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나 쉽게 잊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증상이었지만 여전히 다른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해주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나의 생각과 의지에 기대어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고, 하나님은 그런 나를 얼마나 정확히 집어내시는지 매번 나의 생각과 정확히 반대 상황으로 역사하심으로 나의 생각을 깨시곤 한다. 그렇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수밖에 없다...

Thanksgiving Day가 있는 한 주.
더 많은 감사할 일들로 채워질 것을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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